김운용, 한국 체육계의 별이 지다
김운용, 타계 직전까지 태권도 걱정…”대회 잘 치러달라”
한국 체육계에 거목이 쓰러졌다. 김운용(86) 전 국제올림픽위원회(IOC) 부위원장이 3일 새벽 타계했다.
김 전 부위원장은 전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3일 오전 2시쯤 세상을 떠났다. 노환으로 인한 별세다.
1931년 대구 출생의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 1972년 국기원,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(WTF)의 창설을 이끌었다. 1986년에는 IOC 위원에 선출됐고, 1992년에는 IOC의 부위원장으로 취임했다.
태권도를 중심으로 세계 체육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던 김 전 부위원장은 1997년에는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취임, 한국 체육계의 수장으로도 많은 일들을 해냈다.
한국이 지구촌 축제 1988년 서울올림픽,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한 데에도 김 전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.
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김 전 부위원장의 업적이 크게 부각된 대회였다. 남북 선수들이 개회식에 동시 입장했는데, 이 역사적인 이벤트를 김 전 부위원장이 이끌어냈다.
태권도가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, 한국의 메달밭이 된 것도 김 전 부위원장의 공이라는 평가다.
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 6월, 방한한 장웅 북한 IOC 위원과 만남을 갖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. 둘은 시드니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을 성사시켰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.
그러나 이날 김 전 부위원장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.
눈을 감는 순간까지 한국 체육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마지막 당부는 ‘김운용컵 태권도대회를 잘 치러달라’였다.
고인은 지난해 한국 스포츠 발전과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를 세웠다.
고인은 총력을 기울여 이달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릴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를 준비해왔다.
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주도한 고인은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에 큰 애착을 보였지만, 개최를 직접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.
김 전 부위원장의 장례는 태권도장(葬)으로 엄수됐다. 발인은 9일 오전 7시이었으며, 영결식은 9일 오전 8시 30분 국기원에서 열렸다.